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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웃 - 외국인 노동자 쉼터 운영하는 안정호 신부, 이성균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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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7-06-03 21:38 조회9,7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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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 ‘이웃살이’운영하는 안정호 신부, 이성균 수사

 

궂은 일 마다않는 착한 사마리아인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때려 초주검으로 만들어 놓고 가버렸다. 마침 어떤 사제가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레위인도 마찬가지로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여행을 하던 어떤 사마리아인은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하느냐?”율법 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성서 루카복음서 10장 29절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입니다. 이 비유에 나오는 사제는 위선적이게도 남의 불행을 외면하고 도망쳐 버립니다.


얼마 전 저는 성경 루카복음 10장 ‘착한 사마리아인’을 떠올리게 하는 사제와 수사를 만났습니다. 경기도 김포 변두리 지역의 한적한 시골 주택가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 안정호 신부와 이성균 수사가 그들입니다. 이들이 운영하는 쉼터인 ‘이웃살이'는 2005년 4월에 문을 열었는데 이웃살이라는 이름은 역설적이게도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남의 불행을 외면하는 사제가 되지 않겠다는 의미겠지요.


이들이 운영하는 쉼터는 보기보다 하는일이 참 많습니다. 김포에 소규모 공장들이 밀집해 있다보니 늘 다치고 병이 생기고 이직하고 쫓겨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안 신부와 이 수사의 하는 일이 한국을 잘 모르고 의사소통이 안되는 부상 노동자들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하고, 산재보상금을 신청하는 일을 돕고, 불법 체류자 출입국 억류시 사후처리하기, 쫓겨난 노동자들의 직장 찾아주기, 숙소 제공하기 등 너무나 많습니다. 게다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구치소라도 들어갈라치면 법률적인 문제도 해결해줘야 합니다. 방문하던 날도 살인혐의로 구속된 태국인 노동자의 재판에 다녀오던 길이랍니다. 사망하면 장례도 치러주고 아파서 쉬게 되면 숙식도 제공해야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들이 우리나라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우리말과 글도 가르치고 우리 문화도 체험하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밝고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이어서 인터뷰하는 사람을 부끄럽게 합니다. 짜증과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도 어디 맺힌 구석하나 보이지 않고, 옹색한 모습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의 재원이 풍족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옆에서 이분들의 일을 거드는 여자분께 살짝 물어봤더니 손사래를 칩니다. 늘 쪼들리는데도 뭘 믿고 저렇게 태평하신지 모른다고 툴툴거리네요. 더욱이 6월초에는 그나마 자리를 잡은 이곳을 떠나서 폐허가 된 공소로 이사를 간다고 합니다. 이곳이 올 가을에 재개발되므로 헐리게 된다고 하던가요. 돌아오는 길에 이사갈 공소를 잠시 둘러봤는데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서 잡초도 우거지고 주민들이 창문도 떼어가 유령의 집 같긴 합니다만 짬짬이 가서 손을 봤기 때문에 장소가 마련될 때까지 임시로 머무를 수는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다만 쉼터는 당분간 문을 닫는다고 하네요. 아직 사람이 살 곳은 못되니까요. 그래도 태평한 두 분의 모습을 보면 세상 걱정은 두 분의 얼굴을 비켜가는 것 같아 보입니다.

 

다만 그동안 정들었던 이웃 주민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쉽기는 하답니다. 2년 전 이곳에 둥지를 틀던 때 동네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이웃 주민들이 집안으로 돌을 던져서 유리창을 깨기도 하구요. 외국인 노동자들이 동네를 오가면 어떤 피해를 입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겠지요. 그러나 예상외로 조용하고 순하게 생긴 노동자들이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고 또 안신부님이 동네 주민들을 초청해 마당에서 잔치를 벌이면서 친하게 되었답니다. 그 후로는 이웃 주민들도 이런저런 도움을 주기도 한다는데요, 쉼터 식구들이 이사를 간다고 하니 너무나 서운해서 이사가기 전날에는 동네 주민들과 쉼터 마당에서 이별의 삽겹살 파티를 벌인다고 하네요. 물론 조촐하게 말입니다. 정든 고마운 이웃들과 헤어져서 서운할 텐데도 삼겹살 파티에 초대할 이웃들의 이름을 한사람 한사람 꼽는 안 신부와 이 수사의 얼굴에는 예의 그 천진난만한 웃음이 가득 피어나네요. 이제 올 가을이면 이들 착한 사마리아인들이 사는 동네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겠지요. 동네 이름과 함께 이들의 착한 마음들이 오래도록 남았으면 합니다.


이런 착한 사마리아인들을 도와주실 분, 안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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