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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마이 라이프-박희민(63.영문)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 지원센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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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7-06-07 10:12 조회19,6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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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처럼 어질고 겸손하게 삽시다
박희민(63․영문)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 지원센터 사장

 

‘수출만이 우리의 살 길’ 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출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던 때가 우리들의 젊은 시절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졸업 후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2년 정도 일하다가 섬유를 수출하는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어느 날 거래처(에이전트)를 방문했는데, 그 사장님 왈 “대사관은 양들이 노는 곳이고, 여기는 늑대가 노는 곳”이란다. 물론 이 말의 뜻은 한참 뒤, 무역이 얼마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까다로운 일인지를 몸소 경험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 무역사업 덕분에 영업한다고 20년간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구경도 많이 하고 만나고 싶은 분들도 참으로 많이 만났다.

 

여하튼 이 일도 2년 전에 정리하고, 지금은 친구와 함께 강남구 대치동 학여울에 있는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전시준비를 하는 사람들과 방문객을 위한 ‘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지원센터’는 문방구와 화원, 그리고 식당이 합쳐진 나의 새로운 일터에 붙인 이름인데, 사실 식당 일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가 맡은 일은 매일 주방장과 의논하여 전시기간이나 성격에 따라, 또 방문객의 성향에 따라 그때 그때 메뉴를 정하고, 그에 필요한 식품자재를 가락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다. 주로 베테랑인 주방장의 의견을 십분 수용하고 있는 편이다.

 

새로 시작한 일이라 아직 어려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특히 서강 재학 시절, 번브락 신부님과 함께 영어 공부한다고 강의실을 오르락, 내리락 하던 64학번 동기들이 조그만 모임이든 큰 모임이든지 간에 내 가게를 모임장소로 찾아 주고 있다. 학여울역은 지하철 출구가 하나뿐이어서 찾기가 쉬울 뿐 아니라 가게 자리도 넉넉하고, 주인장의 마음도 넉넉하니 모이기에 좋은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동기들 외에도 많은 동문들이 찾아와 주면 좋겠다.


지원센터를 시작한지 이제 거의 일년이 다 되어 가는데, 매번 느끼는 것이 이곳에서는 조경, 건축, 웨딩, 퇴역하신 분들을 위한 직장소개 등등 참 별의별 전시를 다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성인물 전시회를 하기도 했는데 얼마나 말들이 많았는지, 결국 규모 및 내용을 축소하여 전시회를 마치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국제만화 페스티벌을 하는데 꽤 볼 만하다. 이렇게 늘 새로운 전시회를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다.

 

참, 작년에는 내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것 만큼이나 우리 가족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 아들 녀석이 결혼을 하여 며느리를 본 것이다. 그런데 아, 글쎄 아들 내외가 당첨된 아파트가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며 함께 살자는 것이 아닌가? 친구들은 “아파트에서 어떻게 함께 사냐?"며 한사코 말렸지만, 같이 살겠다는 자식에게 차마 안 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아비의 심정인지라 지금도 함께 살고 있다. 일전에 아내에게 “이렇게 서로 정 붙이고 살다가 애들이 나간다고 하면 어떡하지?”했더니, 아내 왈 “그래도 저희들끼리 살아봐야죠. 살다가 혹시 다시 합치더라도…." 라며 말끝을 흐린다. 어느 새 한 식구로서 정이 많이 든 모양이다.

 

‘아들 같은 사위, 딸 같은 며느리' 라는 말이 있긴 있지만, 나는 어찌 된 일인지, 아직까지 어렵기만 하다. 어떻게 어렵다고 구체적으로 표현하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며느리에게 처음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일주일에 한번은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고, 한동안 그렇게 했다. 그런데 요즘은 어쩌다 식사를 함께 하는 날이면‘잔칫날'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서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고 있다. 같이 살아도 밥 한 끼 같이 먹기가 힘든 것이 요즘 세상살이다. 

 

그렇지만 오늘도 나는 아들에게도 며느리에게도 내가 좋아하는 사자성어인‘上善若水'를 일러 주면서 출근길에 나선다. 온갖 것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물이 아래로 흘러가듯 자연스럽고 어질고 넉넉하게, 더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여생을 보내고 싶은 내 마음이 아들 내외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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