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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김성원(88 철학)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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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중 작성일17-08-10 14:17 조회10,96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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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로 행복한 세상 꿈꾼다

 

생태건축․대안에너지․적정기술 분야에서 활동

인간이 즐겁게 누리는, 인간을 돕는 기술 지향

 

미장, 난로, 집짓기, 베틀 직조, 놀이터, 대장간, 자전거. 이런 것들을 손으로 만들고 칠하고 짜고 지으며 노는 사람. 그런 일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

파주 타이포그라피 학교에서 가르치고 생활기술과 놀이멋짓 연구소에서 연구하는 김성원 동문(88 철학)을 파주 헤이리에서 만났다.

 

생태건축가, 대안에너지 연구가, 적정기술 연구자, 그밖에 다양한 타이틀로 불리는데, 정체가 뭡니까?

저도 잘 몰라요.(웃음) 2007년 장흥으로 귀촌했는데, 제가 흥미와 관심이 가는 일이라면 그냥 못 있는 성격이에요. 미장과 난로를 중심으로 생태건축, 대안건축에 우선 몰두했죠. 실제 집 짓고 난로 만들고 하는 일도 했지만 인터넷이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해외 관련 자료도 모으면서 연구했습니다. 외국에 가서 그곳 사례들도 접하고 현지에서 가르치기도 하고 자료도 모았고요. 그래서 ‘연구가’라는 타이틀도 붙은 것 같습니다. 연구하고 만들고 가르치고 프로젝트도 수행하고. 제가 하는 일은 이런 거죠.


적정기술, 생태건축이라고 하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귀촌해서 직접 흙부대 집을 지었어요. 쉽게 말해서 황토를 부대에 담아 쌓아 짓는 집인데, 이 노하우를 보급하면 좋겠다 싶어서 온라인 카페 ‘흙부대 건축 네트워크’를 개설해서 운영했어요. 제가 지은 집이 국내 최초의 흙부대 집이라는 말도 듣는데, 최초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죠. 그렇게 집 지으면서 시골에서 자급자족하는 데 필요한 생활기술을 하나 하나 터득해나갔습니다. 전통 대장간의 철 다루는 기술, 화덕과 난로 제작, 수공예, 직조 등 다양한 기술들을 익혔습니다.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에, 어떤 의미에선 시대를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테크놀로지라고 하면 이른바 하이테크부터 떠올리게 되죠. 하지만 로우테크라고 해서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기술과 노하우들이 많아요. 손으로 직접 만드는 기술인 경우가 많고 전통 기술들도 로우테크죠. ‘로우’라는 말에서 저급하다, 수준이 낮다는 인상을 받기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친환경적이어서 지속가능하고 비용도 저렴하고 ‘인간적인 기술’, ‘사람이 먼저인 기술’이거든요. 운송수단이라면 자전거가 로우테크에 속하죠. 로우테크에서도 얼마든지 기술적 혁신과 개선이 가능합니다. 제 직함 아닌 직함이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적당기술연구소 연구원’인 적도 있습니다.

 

귀촌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웹에이전시, 인터넷 광고 일도 하고 e-비즈니스, 전자상거래 관련 컨설팅도 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 본부장으로도 일했고. 이런 분야가 막 떠오를 때여서 나름 전문가로 인정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심신이 피폐해졌다고까지 하면 그렇지만 지치더라고요. 제 삶의 지속가능성이 위기라고 느낀 거죠. 그래서 무작정 귀촌을 결심했는데, 솔직히 아내 덕 좀 볼 생각을 했어요. 아내가 교사였거든요. 소득이 안정적이니까.(웃음) 아이고, 그런데 아내가 교사직을 덜컥 그만뒀어요. 아내가 한번 하면 제대로 하는 성격인데, 내가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야말로 하이테크 IT 기반의 일에서 전격적으로 방향을 전환하셨군요. 현재 파주타이포그라피 학교에서 가르치고 계신데, 타이포그라피를 가르치시진 않지요?

그렇습니다. 디자이너 안상수 선생과 의기투합해서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여러 과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로 들면 직조(織造)가 있어요. 2014년부터 ‘베틀베틀’ 워크숍을 시작해서 전국 각지에서 열어왔는데 파주타이포그라피 학교에서도 가르칩니다. 직조라고 하니까 뭔가 싶은 분도 계실 것 같은데, 쉽게 말해서 베틀로 직물을 짜는 겁니다. 직조 작업에 몰두하다보면 위로와 치유가 됩니다. 실제로 선진국에선 취미 활동을 넘어서 치유 수단으로도 쓰입니다. 일자리 의미도 커요. 외국에선 장애인, 노인, 가난한 사람들의 일자리로 직조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보급형 직기를 만드는 겁니다. 지금은 베틀 같은 직조 도구나 실값이 비싸요. 직조 같은 수공예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제품 판매만으로는 안 되고 교육, 체험, 재료와 도구의 생산과 판매, 또 제품 판매, 이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종합적인 문화산업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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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조라고 하면 거대한 섬유산업을 떠올리게 되는데, 베틀로 짜는 직조가 산업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까요?

유럽 섬유산업의 경쟁력은 뛰어난 디자인에 있는데 그 바탕은 수공예 직조에요. 디자인한 섬유를 손베틀로 먼저 짜고, 그 결과를 직조 소프트웨어에 입력해 자동화 기계로 양산하죠. 창의성은 사람 손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제가 가르치는 파주타이포그라피 학교 출신 청년들이 창업한 ‘123컬렉터’가 서울혁신파크의 리빙랩 공모사업에 당선됐어요. 수공예 직조의 비즈니스모델을 만들려는 시도인데, 헌옷으로 실을 만들고 옷을 짜서 파는 것 외에 직조기 개발과 제작, 의류 디자인 개선 작업, 헌옷 수집을 위한 협력 체계 구축 등을 하게 됩니다.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고, 청년이 아니더라도 일자리 창출은 그야말로 국가적 과제가 되어 있습니다.

3D 프린터? 가상현실? 드론? 이런 기술이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할 것 같습니까? 저는 그런 기술들이 대단한 면은 있지만 일자리 측면에선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봐요. 그런 분야가 뜬다고 해서 청년들이 그리로 몰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오히려 남들이 안하는 것을 해야 기회가 생깁니다. 유행 따라 가는게 아니라 정말로 우리 일상과 지속적으로 상관있는 적정기술 분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제가 하이테크를 거부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기술의 스펙트럼이 하이테크부터 로우테크까지 다양해야 한다는 겁니다. 기술의 풍경이 다양할 때 우리 삶의 풍경과 방식도 다양해지고 좀 더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에 종속된 인간이나 기술에서 소외된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기술, 인간이 즐겁게 누리는 기술이 되어야죠.

 

전통 기술을 현대화하는 데 답이 있다고 보시는 건지요?

현대화라는 말보다 현재화라는 말이 적합합니다. 현대화라고 하면 마치 뒤떨어진 기술의 수준을 높인다는 뉘앙스를 풍기거든요. 맷돌을 예로 들어볼까요? 우리나라에서 맷돌은 마당 넓은 집의 정원이나 큰 식당 정원 장식용으로 쓰이곤 하죠. 그런데 유럽에선 맷돌을 콤팩트하고 편리하게 만들어서 일상적으로 주방에서 씁니다. 예를 들어 베이커리나 가정에서 제분용으로 쓰는 맷돌이 있는데, 전통 맷돌 기술의 본질을 그대로 살리면서 디자인 요소를 더하고 효율성을 높인 거죠. 밀가루를 맷돌로 빻으면 반죽과 빵, 과자의 식감, 풍미가 달라요. 이게 우리 돈으로 적어도 100만 원이 넘습니다. 전통 기술의 현재화로 부가가치가 창출된 거죠.

 

처음엔 귀촌해서 자신의 필요에 따라 기술을 익히고 만들고 하셨는데, 이렇게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전통 기술은 그걸 공유하는 문화가 사실상 없더군요. 그냥 한 사람에게서 한 사람으로 전수될 뿐이지요. 저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제가 익힌 걸 공개하고 공유했어요. 그러다보니 사실 제가 별 재주도 없는데 ‘김성원’에 대한 일종의 환상이랄까, 그런 게 사람들 사이에 생기더군요. 이 분야에 관심 가진 사람들의 범위가 좁거든요. 그래서 그런 분들과 만나서 워크숍도 하고 강의, 교육도 하고 프로젝트도 수행하면서 점점 기술의 단점이 보완되고 더 나아져요. 요즘 말로 집단 지성의 힘이랄까요. 제가 뭔가를 네트워크에 올리면, 그걸 개선하고 보완하는 좋은 의견들이 올라오고, 이런 식인 거죠. 혼자 힘으론 한계가 있습니다. 공유하면 더 넓어지고 강해지고 좋아집니다. 제가 무슨 사회적 변화를 일부러 이끌어보자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공감대가 넓어지면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는 봅니다.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신다면?

글쎄요. 우선 지금 하는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일에 충실해아죠. 대안독립예술대학이라는 취지를 실현하도록 말이죠. 놀이터 개념과 문화를 바꾸는 일도 지금 관심사입니다. 그런데 저는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 쓰지도 않아요. 대신 ‘잘해보자’는 말을 좋아하고 또 자주 씁니다. 잘해봐야죠. 뭐든 내가 필요로 하고, 내가 재미있는 일이 최우선입니다. 나로부터 시작하자! 이게 신조랄까요. 무슨 일이든 내가 행복하고 내가 재미있어야 합니다. 그런 일이 다행히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습니다. 나의 행복과 재미가 우선이고 의미와 가치는 그 다음 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또 어떤 일에 몰두하게 될지는 저도 잘 몰라요. 일단은 지금 하는 일을 잘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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