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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은사님 명강의⑤ 사학과 전해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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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09-24 12:09 조회14,3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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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학의 기초위에 기술발전 이뤄야” 

 

전해종 선생님은 서강대학교 사학과의 원로이고 한국 역사학계의 개척자이자 대표적 학자로 손꼽힌다. 정년 이후에도 줄곧 서강의 후배와 제자들에게 깊은 관심을 내비치곤 한 선생님은 2000년에 장학기금을 마련, 매년 대학원생들을 돕고 있다. 전해종 선생님이 9월 6일 장학금 전달차 서강에 들렀다. 

 

- 건강은 어떠십니까? 

“간단한 마사지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서대문 형무소에서 출옥한 조부께서 기공의 초보를 가르쳐주셨는데, 아침 저녁으로 30분쯤 운동을 합니다. 보청기를 쓰는 것 말고 특별히 불편한 데는 없습니다.” 

 

- 오랫동안 서울대에 계시다가 1968년에 서강대학 사학과로 부임하셨습니다. 

“서강에서 제자를 추천해달라는 말이 여러 차례 있었는데, 우스갯소리로 ‘난 어때요?’하다가 결국 직접 오게 됐습니다. 학교와 ‘협상’이란 것도 처음 했는데, 데일리 총장에게 ‘동양에서 학문하는 사람은 돈 얘기 안 한다’고 했더니 이해를 잘 못하더군요. 그때 말한 유일한 조건이 보직을 맡기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는데, 결국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 서강에 계시던 시절을 회고한다면요. 

“성직자들의 자기 희생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식사나 제공받으며 계시던 신부님들이 아주 기이한 행동을 하더라는 겁니다. 유교적 관점에서 말하는 정상적인 상식인의 눈으로 보기에 서양인들은 비정상적인 희생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 최근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멘탈리티가 달라졌습니다. 전환기는 전환기입니다. 인문과학을 하는 제 입장에서 보자면, 여전히 중요한 것은 인문과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자연과학, 특히 기술은 인문과학의 기초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요즘 과학이 놀랍게 발전하고 기술이 경제를 지배하지만, 절대로 기초가 되는 학문은 인문과학입니다. 궁극의 해결을 보고자 한다면 말이죠.” 

 

- 오랫동안 한중관계사 연구를 해오셨는데, 최근 상황과 관련해서 중국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일제시대에도 장차 더 무서운 것은 일본보다 중국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래 전 쓴 잡문에 일본이 한국에 끼친 독을 ‘왜독(倭毒)’, 중국의 독을 ‘중독(中毒)’이라고 표현해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는데, 중독이 더 뿌리깊고 무섭습니다.” 

 

- ‘중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중국은 기본적으로 유교적입니다. 유교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며 현세적입니다. 무서운 건 그들이 ‘타협적’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사마천의 《사기》를 보는데, 유가 사상도 아니고 도가 사상도 아닌, 절충 타협적인 사상이 보입니다. 또 법가적인 면도 있지만, 점치는 것과 같은 신비적인 것, 불가지한 것도 많지요. 이것들이 다 뒤범벅이 돼서 현세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 고구려사에 대한 중국의 최근 태도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국가가 현세적이려면 정치 권력이 있어야 하고, 그것은 힘입니다. 여기서 중화주의가 되살아나고 있는데, 정치가 학문을 예속시키고 문화가 정치 밑에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문화가 정치를 견제해야 하는데 말이죠. 고구려 문제도 그 연관에 있습니다.” 

 

- 선생님께선 학문하는 자세만으로도 후학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셨습니다. 또 대학원생을 위한 장학금을 희사하셨지요. 

“학문하려면 비용이 드는 걸 아니까, 조금이라도 댈 수 있으면 좋겠다, 했습니다. 근본 동기는 내가 공부할 때 다른 분들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까 도움의 일단을 갚아드린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후배들 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 서강 동문들에게도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성장하며 도움을 받은 학교, 친구들을 생각하는 일을 했으면 합니다. 젖 먹던 시절의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장기에 지식, 인격의 기초를 길러준 대학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전해종 선생님은 지금 현역으로 활동하는 학자다. 책을 읽고 자료를 분석하고 글을 쓰는 작업은 여전히 선생님의 일상이고, 그래서 후학들에게 선생님은 가깝다. 마치 강의할 때처럼 “이건 잡담이지만…”하고 꺼내는 말씀을, 역시 강의 들을 때처럼 결코 흘려들을 수 없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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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권(91.사학) 본보 편집위원 

 

◇ 전해종 선생님은 … 

1919년 간도 용정의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1947년부터 서울대 사학과에 재직했으며, 1968년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부임하여 1985년 정년을 맞았다. 서강대 재직 중 인문과학연구소장, 문과대학장, 대학원장 동아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학술원 회원이다. 해방 이후 척박한 연구 풍토에서 역사학회, 동양사학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학회를 창립하여 대표간사(회장)를 두루 역임한 전해종 선생님은 한국 역사학계의 산 증인이다.

 

 

“숲과 나무를 함께 보라”가르침에 감명

내가 보는 전해종 선생님

 

내가 걸어 온 학문의 길은 서강대학교 사학과의 여러 은사님들, 특히 于湖全海宗선생님께서 열어주신 길이다. 따라서 선생님의 학덕을 회고하는 일은 내가 걸어온 학문의 길을 되돌아보는 것과 같다. 선생님께서 모교인 서울대학교를 떠나서 신생 서강으로 일터를 옮기신 1968년, 그 해에 나도 그 많은 학교와 학과 중에서 서강대학교와 사학과를 선택하였다.

 

이후 서강에서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학문에 나아가는 기본적 자세를 쉼 없이 깨칠 수 있었다. 특히 대학원 진학을 허락 받는 과정에서 “잡다한 세상사에 눈을 돌리지 말고 학업에만 전념하라"는 가르침을 엄중하게 받았고, 석사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창의성이 결여된 논문은 논문이 아니다," “쉼표 하나도 함부로 칠 수 없다"는 등의 엄한 지도를 받았다. 선생님의 배려로 처음 전임교수에 취직이 되었을 때는 “남을 가르치는 일도 큰 공부가 된다"는 귀한 말씀을 주셨는데, 이 말씀은 아직도 매 학기 개강일에 강의실에 들어갈 때마다 떠올리게 된다. 선생님께서 주신 가르침 가운데서 가장 주의 깊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숲과 나무를 함께 보라"는 말씀이었다. 선생님의 연구와 강의에서는 언제나 폭넓은 시각과 정치한 고증이 함께 제시되었다.

 

선생님께서 평소에 보이신 성품은 학문적 성과에서도 그대로 표현되었다. 간결한 멋이 곁들여진 단정한 옷차림, 약주를 드신 뒤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단아한 자세, 절제된 말씀과 감정 표현, 자신에 대한 엄격함과 타인에 대한 부드러움 등등, 이 모든 것들이 그 수많은 논문과 저서에서 우아한 문장으로 재현되었다. 무엇보다 경탄할 일은, 정년으로 서강 교단을 떠나신 지 어언 2 0여 년이 지났건만, 학문에 대한 열정과 후학에 대한 애정을 조금도 잃지 않고 계신다는 사실이다. 4년전에도 중요한 저서를 출간하셨고, 지금은‘사기’에 대한 연구서 출간을 준비하고 계신다. 수년 전에 중국 항주대학에 소장 도서를 기증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이제는 책을 덮으시려는가 보다 했는데, 지금도 ‘사기’에 대한 각국의 연구서들을 두루 수배해서 탐독, 분석하시는 것을 보고 속으로 경악을 금하지 못하였다.

 

선생님의 고아한 선비의 자세와 가없는 후학 사랑을 흉내조차 내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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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68·사학) 모교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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