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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년병 이야기>-사춘기 제자의 '향기' 고스란히 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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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4-08-11 14:08 조회11,0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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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써 교사로서의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지 5년째이다. 아직도 새내기 교사의 서툴고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이 마냥 그대로인 것 같은데, 시간은 나를 그저 풋내기 교사로 남겨두기에는 벌써 저만치 가 있다. 때때로 그 시간의 무게만큼 어깨가 무거워지고 부담스러워지곤 한다.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학부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교직과정을 이수하였고, 대학 사년을 보내면서 ‘사람이 희망이다’ 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기회에 나의 모교에서 고등학교 영어 강사의 제안이 들어왔다. 그 때 아마도 함께 어울리는 기쁨을 사회에서도 나누려면 교사라는 직업이 가장 알맞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교단에 서서 아이들과 어울린다는 것은 막연히 선배, 동료, 후배들과 함께하면서 나누었던 그런 것과는 사뭇 달랐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보여줘야 할 모습이 따로 있었고, 때때로는 원하지 않아도 아이들을 지도 및 훈계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라면 의례히 그래야한다는 고정관념으로 학생들을 바라보고 판단하며 교사와 학생의 관계를 수직관계의 상하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을 문득 발견하게 되었다. 정말 교단에 선 지 오래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나는 나보다도 훨씬 오래되신 선배 교사들보다도 더욱 권위적이며 경직되어 있었다. 감히 이렇게 말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각각의 맡은 업무가 다르듯이, 교사 사이에서도 학생들에게 할 수 있는 각각의 역할이 다른 것 같다. 한 선배 교사는 그것을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향기’라고 했다. 억지로 꾸미지 않고 만들지 않은 자신만의 향기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될 때,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는 서로의 인간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가 쌓인다. 난 아이들이 나에게 기대했을 나만의 향기를 애써 외면하고 거짓으로 꾸며내려 했기 때문에 오히려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내가 온전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었을 때 교사로서의 나도 더욱 편안해졌고, 아이들을 정해진 틀 속에서가 아니라 주어진 환경과 상황이 각각 다른 개개인으로서 사랑하는 법도 깨닫게 되었다. 내 자신의 독특한 향기가 있듯이 아이들의 각기 다른 향기도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성숙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불완전한 아이들을 가다듬고 길러내는 것 만큼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나는 아직은 가야할 길이 멀다.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그 자체로 사랑할 수 있는 마음, 바로 그것인 것 같다. 지금도 바쁜 업무며 일상에 쫓기다 보면 잊어버리곤 하지만, 학생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향기를 기억하려는 노력은 아마도 교사로서의 나의 삶이 계속되는 한 끝까지 함께 안고 가야 할 짐이며 책임일 것이다.

 

이기근(96.영문) 소명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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